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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금융 미래 열쇠' 전문가 3인에게 듣다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⑦]
원화 스테이블코인, 통화 주권 고려할 때 '선택 아닌 필수'
글로벌 수준 부합하되 규제 문턱 자체는 낮춰야
민간 창의성 극대화할 환경 갖추는 게 우선
이원호, 박미라 기자
2025-06-30 14:08:17
전 세계 금융시장은 디지털 화폐를 놓고 치열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특히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급부상하며 미국은 자국 통화의 영향력을 디지털 세계로까지 넓히는 중입니다.
국내에서도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관심이 큽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기술 실험이 아니라 우리 금융의 주권을 지키고 새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미래 열쇠'라는 판단에서입니다.
시중은행과 핀테크 심지어 게임사까지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진입을 선언했습니다. 국회는 디지털자산 기본법과 스테이블코인법 제정에 속도를 내며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습니다. 달러 패권의 파고를 넘어 글로벌 결제 시장에서 원화의 존재감을 키우기 위한 도전이 시작된 겁니다.
과연 한국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디지털 금융의 격랑을 새로운 기회로 바꿀 수 있을까요? 해답을 찾기 위해 국내외 디지털 금융 전문가 3인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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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조정희 법무법인 디코드 대표 변호사,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왼쪽부터) / 사진=머니투데이방송MTN |
■ 원화 스테이블코인, 왜 필요한가?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디지털자산으로 주로 달러나 금 같은 실물 자산의 가치를 추종합니다.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어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결제나 송금 등의 목적으로 활용됩니다.
한국 경제의 특수성과 통화 주권을 고려할 때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달러 중심의 디지털 금융 인프라에 종속될 경우 이용자 보호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등 잠재적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입니다.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나 서클이 너무 비대해져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유럽, 아프리카에서도 이를 쓴다고 해봅시다. 만약에 지급준비금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파산에 가까운 일이 발생했다고 하면 미국 정부에서 이를 구제하기 위해 공적 자금을 투입하겠죠. 이때 과연 여러 국적의 사용자들이 모두 평등하게 자신의 가치를 회수할 수 있을까요? 이런 문제가 생긴다면 도산 후의 모든 처리 과정에서 우리의 권한은 굉장히 종속적으로 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우리가 자체 사업자를 통해서 디지털 화폐 세계에 접근성을 갖게끔 인프라를 구성을 해야만 문제가 생겼을 때 사후 처리가 가능해집니다."
현재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압도적인 위상을 단숨에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다만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존재감을 확보해야 합니다. 디지털 시대의 금융 주권은 더 이상 국경 안에만 머무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조정희 법무법인 디코드 대표 변호사> "우리가 유가를 결제를 할 때도 달러를 쓰잖아요. 그것처럼 전 세계에서 블록체인상 기본 결제를 할 때 USDT, USDC 등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으로 결제를 합니다. 당연히 그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고, 우리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도 그걸 이길 수 있다고까지 보기는 어렵죠. 힘이 약하다는 건 인정을 하지만 그렇다고 준비를 안 할 수는 없습니다. 디지털 외환 시장에서의 싸움을 전혀 준비하지 않고는 우리의 금융 주권을 지킬 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의 국력에 맞는, 전 세계 10위권 경제 국가에 걸맞은 힘은 확보를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스테이블코인 규제, '발목 잡기' 아닌 '날개 달기' 돼야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는 보다 스마트한 규제 프레임워크가 필요합니다. '안정성'과 '혁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입니다. 과거 테라-루나 사태로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민간의 자율성을 보장할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사전 인가제와 환불 보장 준비금 규정은 신뢰성 확보를 위한 필수적인 규제입니다.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리나라는 최근 티메프 사태처럼 분명히 이용자들은 믿고 돈을 맡겼는데 부실하게 운영되고 관리되는 사건을 경험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같은 경우도 단순하게 보면 내 돈을 맡기고 스테이블코인을 받는 것이고, 발행자가 언제든지 자신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을 기초자산인 통화로 바꿔주겠다는 약속을 한 디지털자산입니다. 언제든지 바꿔줄 수 있다는 걸 보장하지 못하면 더 이상 '스테이블'코인이라고 할 수가 없는 거죠. 투명한 관리 체계와 엄격한 감독 체계가 같이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시작부터 과도한 규제를 펴는 것은 시장의 성장을 해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수준에는 부합하면서도 문턱 자체는 낮은 규제가 필요합니다. 규제를 위한 규제가 아니라, 민간의 창의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조정희 변호사> 민간에서 다양한 스테이블코인을 많이 만들어서 시장에서 도전할 수 있게 해야 망하는 것도 나오고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굉장히 강력한 스테이블코인들도 나올 수 있는 거거든요. 우리나라 여권이 전 세계 어디에서나 쓰이는 것처럼 한국에서 규제를 받기도 하지만 유럽 미카(MiCA) 기준도 만족하고, 또 다른 해외 블록체인하고도 운용성이 맞도록 해야죠. 그러려면 절대로 외국보다 규제를 더 강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가뜩이나 눌러온 시장을 더 차갑게 만드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 활용도 예측 불가…K-콘텐츠 연계 등 아이디어 필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만드는 것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진짜 문제는 디지털 금융 시장에서 원화 자산이 널리 통용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만의 강점을 살리고,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사용자들이 자연스럽게 유입되게 만들어야 합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활용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합니다. 이미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달러 기반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99%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혁신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정두 연구위원> "현재 유로화, 엔화, 싱가포르달러화 등 다양한 통화를 기반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들이 발행되고 있거든요. 그런 자산들이 시중에 거의 유통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인데, 기축 통화의 반열에 들어가 있지 않은 우리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과연 해외에서 어느 정도나 입지를 차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봐야겠죠. 원화 스테이블코인 자체가 어떤 식의 수익모델을 가지고 운영될지, 사회에 어떤 식의 기여를 하게 될지 아직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발행 주체를 특정 업권으로 제한하기보다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화 콘텐츠나 디지털 상거래 분야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거창한 프로젝트는 아닐지언정 해외 사용자가 가볍게 시도해보기에는 적절한 수단입니다. 기존 금융 서비스와는 다른 방식으로 원화 수요를 창출하는 길이 될 수 있습니다.
이종섭 교수> "예를 들어 BTS 굿즈를 온라인상으로 팔 때 하나의 결제 방법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열어두면 유럽에 있는 어떤 사람이 이를 계기로 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한번 써볼 수 있잖아요. 그러려면 지갑에 원화 자산을 충전해야겠죠. 온라인 디지털 커머스를 통해서 별다른 고정 비용을 내지 않고도 일종의 신규 예금을 확보할 수 있는 겁니다. 이런 아이디어를 규제 샌드박스로 한번 시도를 해보고 그 과정을 통해서 수요가 지속 가능 할지, 금융을 활성화시킬 구심점이 될지 판단해볼 수 있겠죠. 결론적으로 경험해보지 않으면 얼마나 큰 시장일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이원호, 박미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